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꿈꾸는 자작나무

눈 덮인 히말라야 어디 쯤 야명조(夜鳴鳥) 라는 새가 살았답니다. 어두운 밤이 오면, 새는 추워서 날마다 울었다지요. ‘내일은 집을 지을 거야.’ ‘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.’ 아침 해가 떠오르면, 새는 간밤의 기억을 까무룩 잊곤 했답니다. 그렇게 평생 둥지 하나 못 짓고, 밤마다 울고 또 울었답니다. 슬픈 운명의 파랑새. 어느 날 부턴가 그 야명조는 내 마음에 살고 있었습니다. 물 묻은 손을 털고 문득 돌아보니,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창가에 내립니다. 어린 날, 강둑 너머에서나 타던 저녁노을 입니다. ‘어떤 집을 지어야 하지?’ 눈가에 세월의 흔적이 더 자글자글 내리기 전, 캄캄한 밤이 오기 전, 게으른 새는 나뭇잎을 모으고 떨어진 가지를 모아 봅니다. 둥지가 되기엔 거칠고 ..
눈 덮인 히말라야 어디 쯤 야명조(夜鳴鳥) 라는 새가 살았답니다. 어두운 밤이 오면, 새는 추워서 날마다 울었다지요.
‘내일은 집을 지을 거야.’
‘내일은 꼭 집을 지을 거야.’
아침 해가 떠오르면, 새는 간밤의 기억을 까무룩 잊곤 했답니다. 그렇게 평생 둥지 하나 못 짓고, 밤마다 울고 또 울었답니다. 슬픈 운명의 파랑새.

어느 날 부턴가 그 야명조는 내 마음에 살고 있었습니다.

물 묻은 손을 털고 문득 돌아보니, 어느새 저녁 어스름이 창가에 내립니다. 어린 날, 강둑 너머에서나 타던 저녁노을 입니다.
‘어떤 집을 지어야 하지?’ 눈가에 세월의 흔적이 더 자글자글 내리기 전, 캄캄한 밤이 오기 전, 게으른 새는 나뭇잎을 모으고 떨어진 가지를 모아 봅니다. 둥지가 되기엔 거칠고 성근 재료인가 싶습니다. 넉넉한 그것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꿈의 부스러기입니다.
그 작은 편린을 주워 양지쪽 언덕에 심습니다. 장차 어린 새들을 품을 큰 나무가 되길 바라는 꿈과 기도도 함께 묻어둡니다. 이 덜 여문 씨앗이 자라 향기로운 나무가 되어준다면 더디 온 길이 섭섭지 않을 것입니다.
서울 청운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이며 수필과 시로 등단하였고 블로그 회전그네 운영 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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